비만 치료제
위고비 다음은 마운자로, 그 다음은?
도마뱀 침샘에서 시작한 비만 치료 혁명

김동기 코치
서울대학교 · 운동생화학 및 영양
2026년 6월 1일
도마뱀에서 발견한 실마리, 1992

그림 1. 길라 몬스터와 세마글루타이드 (출처: 구글)
이야기는 의외의 장소에서 시작된다.
1992년, 내분비학자 존 엥(John Eng)은 독성 도마뱀인 길라 몬스터(Gila monster)의 침샘에서 인간의 GLP-1과 유사한 새로운 펩타이드를 발견했다. 그는 이 물질을 엑센딘-4(exendin-4)라고 이름 붙였다. 엑센딘-4는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했고, 혈당이 정상 범위에 가까워지면 그 효과가 크게 감소했다. 무엇보다 인간 GLP-1보다 훨씬 오래 혈중에 머물렀다 (Eng et al., 1992).
당시 GLP-1은 이미 잘 알려진 호르몬이었다. 1980년대 초 덴마크 연구진은 소장의 L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incretin) 호르몬으로 GLP-1을 규명했고,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Holst, 2007).
인크레틴 효과란 음식물을 입으로 섭취했을 때 정맥으로 같은 양의 포도당을 투여한 경우보다 훨씬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상인에서는 식후 인슐린 분비의 약 50~70%가 이 효과에 의해 설명되며,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이 효과가 현저히 감소한다 (Holst & Gromada, 2004).

그림 2. 인크레틴 효과와 제 2형 당뇨병에서 줄어든 인크레틴 효과
문제는 GLP-1 자체가 치료제로 사용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혈중 반감기가 약 1~2분에 불과해 체내에서 너무 빨리 분해됐기 때문이다 (Holst, 2007).
엑센딘-4의 발견은 이 문제를 우회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엑세나타이드(exenatide)는 2005년 FDA 승인을 받으며 최초의 GLP-1 수용체 작제(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이 약은 철저히 당뇨병 치료제로 인식됐다. 체중 감량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현상으로 여겨졌다.
"부작용"이 주인공이 되다, 2021

그림 3. 비만치료제의 진화: 체중 감량 효과의 역사 (AI 생성 이미지)
처음 연구자들의 관심은 혈당이었다.
그런데 임상시험이 반복될수록 예상치 못한 변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꾸준히 체중을 감량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기에는 위 배출 속도 감소에 따른 부수 효과 정도로 해석됐지만, 연구가 축적되면서 다른 그림이 드러났다. GLP-1 수용체는 위장관뿐 아니라 시상하부의 arcuate nucleus, 뇌간의 nucleus tractus solitarius(NTS), 그리고 미주신경 경로에도 널리 분포하고 있었다. 즉, GLP-1은 단순히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아니라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에도 직접 작용하고 있었다 (Müller et al., 2022).
전환점은 2021년 발표된 STEP-1 임상시험이었다.
비당뇨 성인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상품명: 위고비) 2.4 mg 투여군은 68주 동안 평균 14.9%의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대조군은 2.4% 감소에 그쳤다 (Wilding et al., 2021).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비교 대상이었다. 이전 세대 비만 치료제들이 대체로 5~8% 수준의 체중 감소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결과였다. 비만 치료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약물만으로 두 자릿수 체중 감량"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표적을 하나 더 — GIP의 귀환, 2022
흥미롭게도 다음 주인공은 한때 실패한 표적으로 취급받던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였다.
GIP 역시 인크레틴 호르몬이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수용체 반응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오랫동안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낮게 평가됐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다른 질문을 던졌다.
"GLP-1과 GIP를 동시에 활성화하면 어떨까?"
이 질문에서 탄생한 약물이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상품명: 마운자로)다.
2022년 발표된 SURMOUNT-1 연구에서 티르제파타이드 15 mg 투여군은 약 21% 수준의 평균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Jastreboff et al., 2022).
이는 당시 가장 강력했던 세마글루타이드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정확한 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GIP 수용체 신호가 지방조직과 중추신경계에서 GLP-1 신호를 보완하며 체중 감량 효과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두 효과를 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리학적 시너지가 만들어진 셈이다 (Müller et al., 2022).
글루카곤을 다시 쓰다 — TRIUMPH-1, 2026
그리고 연구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번에는 글루카곤(glucagon)이었다.
오랫동안 글루카곤은 비만 치료제 후보로서 부적절한 호르몬으로 여겨졌다. 간에서 포도당 신생합성을 촉진해 혈당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대사 관점에서 보면 다른 모습도 있었다.
글루카곤은 지방산 산화를 촉진하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며, 열발생(thermogenesis)을 활성화한다. 즉, 체중 감량 측면에서는 오히려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 있었다(Müller et al., 2019).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는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GLP-1 수용체, GIP 수용체,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세계 최초의 삼중 작용제(triple agonist)다. GLP-1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글루카곤의 고혈당 효과를 상쇄하는 동안, 글루카곤은 지방 산화와 에너지 소비 증가를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2026년 발표된 TRIUMPH-1 연구의 공개 결과에 따르면, 레타트루타이드 12 mg 투여군의 45.3%가 체중의 30% 이상을 감량했다.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비만 치료제 중 가장 큰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에 해당한다 (Lilly TRIUMPH-1 Press Release, 2026).

그림 4. 레타트루타이드 임상 3상 연구 결과 요약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비만 수술만이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에 약물이 도달한 것이다.
같은 약인데 왜 효과는 다를까?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새로운 질문이 등장했다.
왜 어떤 사람은 체중의 20~30%를 감량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기대만큼 체중이 줄지 않을까?
2026년 Nature에 발표된 연구는 그 답의 일부가 유전자에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진은 약 2만 8천 명의 GLP-1 수용체 작동제 사용자들을 분석한 결과, GLP1R 유전자의 특정 변이가 체중 감량 효과와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해당 변이를 가진 사람은 약물 반응성이 더 높았으며, 반대로 부작용 발생 위험과 관련된 GIPR 유전자 변이도 확인되었다 (Su et al., 2026).

그림 5.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을 결정하는 유전적 요인 (Su et al., Nature 2026)
이는 비만치료제가 단순히 "누구에게나 같은 효과를 내는 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앞으로는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가장 적합한 약물을 선택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다음 10년은 어디로 향하는가
도마뱀의 침샘에서 시작된 발견은 이제 수술과 경쟁하는 약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진짜 흥미로운 질문은 이제부터다.
체중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체중계 숫자가 건강의 전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약물로 지방이 줄어드는 동안 골격근은 얼마나 유지되는가. 힘줄과 뼈는 변화한 체중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가. 그리고 운동은 단순한 칼로리 소모를 넘어 어떤 생물학적 신호를 제공하는가.
최근 연구들은 GLP-1 계열 약물 사용 과정에서 체중 감소와 함께 제지방량도 일부 감소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근육과 기능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감량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Rubino et al., 2025).
도마뱀의 침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얼마나 많이 빼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면서 빼는가"가 될지도 모른다.
References
Eng, J., et al. “Isol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Exendin-4, an Exendin-3 Analogue, from Heloderma Suspectum Venom. Further Evidence for an Exendin Receptor on Dispersed Acini from Guinea Pig Pancreas.”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vol. 267, no. 11, Apr. 1992, pp. 7402–05. DOI.org (Crossref), https://doi.org/10.1016/S0021-9258(18)42531-8
Holst, Jens Juul. “The Physiology of Glucagon-like Peptide 1.” Physiological Reviews, vol. 87, no. 4, Oct. 2007, pp. 1409–39. PubMed, https://doi.org/10.1152/physrev.00034.2006
Holst, Jens Juul, and Jesper Gromada. “Role of Incretin Hormones in the Regulation of Insulin Secretion in Diabetic and Nondiabetic Humans.”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vol. 287, no. 2, Aug. 2004, pp. E199-206. PubMed, https://doi.org/10.1152/ajpendo.00545.2003
Jastreboff, Ania M., et al. “Tirzepatide Once Weekly for the Treatment of Obesity.”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vol. 387, no. 3, July 2022, pp. 205–16. DOI.org (Crossref), https://doi.org/10.1056/NEJMoa2206038
Müller, T. D., et al. “Glucagon-like Peptide 1 (GLP-1).” Molecular Metabolism, vol. 30, Dec. 2019, pp. 72–130. PubMed, https://doi.org/10.1016/j.molmet.2019.09.010
Müller, Timo D., et al. “Anti-Obesity Drug Discovery: Advances and Challenges.”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vol. 21, no. 3, Mar. 2022, pp. 201–23. PubMed, https://doi.org/10.1038/s41573-021-00337-8
Rubino, Francesco, et al. “Definition and Diagnostic Criteria of Clinical Obesity.”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vol. 13, no. 3, Mar. 2025, pp. 221–62. DOI.org (Crossref), https://doi.org/10.1016/S2213-8587(24)00316-4
Su, Qiaojuan Jane, et al. “Genetic Predictors of GLP1 Receptor Agonist Weight Loss and Side Effects.” Nature, vol. 653, no. 8115, May 2026, pp. 770–75. DOI.org (Crossref), https://doi.org/10.1038/s41586-026-10330-z
Wilding, John P. H., et al. “Once-Weekly Semaglutide in Adults with Overweight or Obesity.”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vol. 384, no. 11, Mar. 2021, pp. 989–1002. DOI.org (Crossref), https://doi.org/10.1056/NEJMoa203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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