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음료
제로 당 스포츠 음료, 운동 중에도 항상 더 나은 선택일까?
'제로' 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운동생리학 이야기

김동기 코치
서울대학교 · 운동생화학 및 영양
2026년 5월 28일

그림 1. 스포츠 음료 선택을 고민하는 모습 (AI 생성 이미지)
편의점 냉장고 앞에 서면 익숙한 선택지가 눈에 들어온다. “제로(zero)”라고 적힌 스포츠 음료들. 칼로리는 낮추고 전해질은 유지했다는 이 제품들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제로 당을 골라야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운동생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하다.
스포츠 음료의 본질적인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운동 중 소실되는 수분을 보충하는 것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것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
제로 당 제품은 탄수화물 기반 에너지 공급 기능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첫 번째, 즉 수분 흡수 효율에서도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SGLT1: 소장이 수분을 흡수하는 분자적 열쇠
소장 상피세포의 솔가장자리막(brush border membrane)에는 SGLT1(sodium-glucose cotransporter1)이라는 막 단백질이 존재한다. 이 수송체는 Na+ 2개와 포도당 1개를 함께 세포 내로 공동수송 하는데, 이 과정에서 포도당 수송과 결합된 상당한 양의 물 이동이 동반되며, 실험적으로는 약 260개의 물 분자가 함께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Loo et al., 1996).

그림 2. SGLT1을 통한 공동수송 기전 (Ferraris et al., Annual Review of Nutrition 2019)
이 SGLT1 매개 수분 흡수는 단순 삼투압에 의한 수분 이동과는 구별되는 이차 능동적 공동수송(secondary active cotransport)이기 때문에, 장내에 포도당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 경로는 충분히 활성화되기 어렵다.
*경구수액요법(Oral Rehydration Therapy, ORT)의 과학적 근거
1978년 Lancet의 사설은 “소장에서 Na+ 수송과 포도당 수송이 결합되어 있어 포도당이 수분 및 용질 흡수를 가속화한다는 발견은 이 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의학적 진보 중 하나” 라고 평가했다(Sack et al., 1978). 이 원리를 적용한 ORT는 수백 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당과 소금의 조합만으로 효과적인 재수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SGLT1을 통한 능동적 수분 흡수 기전 덕분이다.
제로 당 스포츠 음료는 포도당 함량이 매우 낮거나 없기 때문에, SGLT1 기반의 수분 흡수 경로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시간 운동이나 다량의 발한 상황에서는, 탄수화물을 포함한 음료에 비해 수분 흡수 효율 측면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
당 없이 단맛만? 인공감미료와 장내 미생물
제로 당 음료의 단맛은 주로 수크랄로스(sucralose), 아세설팜칼륨(acesulfame K), 아스파탐(aspartame) 같은 비영양성 감미료(Non-Nutritive Sweeteners, NNS)가 담당한다. 칼로리는 없지만, 이 물질들이 장내에서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2022년 Cell에 발표된 연구에서 비영양성 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구성을 변화시킴을 확인했다.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개인별 혈당 반응 변화가 관찰되었고, 이후 동물 연구에서 이러한 변화에 장내 미생물이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Suez et al., 2022).
또한, 2023년에 발표된 umbrella review에서는 인공감미료 음료 섭취가 비만, 제2형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위험과 연관된다는 “highly suggestive” 수준의 근거를 제시했다(Diaz et al., 2023). 물론, 이는 관찰 연구 기반이며 인과관계가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인 장기 섭취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 보충이라는 본질적 목적
스포츠 음료에서 탄수화물은 단순한 에너지원을 넘어 지구력 수행 능력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단일 탄수화물 종류(포도당 또는 과당)의 경우 최대 산화 속도가 시간당 60g을 넘지 않지만, 포도당과 과당을 혼합하면 SGLT1과 GLUT5라는 서로 다른 수송체를 동시에 활용함으로써 시간당 약 90-105g 수준까지 탄수화물 산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Jeukendrup, 2008).
60분 이상의 지속적인 운동, 특히 90분을 넘어가는 지구력 운동에서 탄수화물 공급은 혈당 유지, 글리코겐 절약, 피로 인식 감소 측면에서 수행 능력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Jeukendrup, 2011). 30분 이내의 가벼운 운동에서는 굳이 탄수화물이 필요하지 않지만, 강도 높은 훈련을 즐기는 운동선수나 동호인이라면 “제로 당”이 오히려 수행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

그림3. 운동 시간 및 운동 강도에 따른 추천 음료 예시 (AI 생성 이미지)
“제로”라는 라벨 뒤에 숨겨진 생리학
제로 당이라는 라벨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운동 중이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을 제거한 것이 운동 중에서는 항상 유리한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SGLT1 매개 능동적 수분 공동수송, 탄수화물이 주는 에너지 대사적 이점, 그리고 인공감미료가 장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질문은 “제로 당이 좋은가?”가 아니라 “나의 운동 강도와 목적에 맞는 음료는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
References
Diaz, Cristina, et al. “Artificially Sweetened Beverages and Health Outcomes: An Umbrella Review.” Advances in Nutrition [Bethesda, Md.], vol. 14, no. 4, July 2023, pp. 710–17. PubMed, https://doi.org/10.1016/j.advnut.2023.05.010
Ferraris, Ronaldo P., et al. “Intestinal Absorption of Fructose.” Annual Review of Nutrition, vol. 38, no. 1, Aug. 2018, pp. 41–67. DOI.org (Crossref), https://doi.org/10.1146/annurev-nutr-082117-051707
Jeukendrup, Asker E. “Carbohydrate Feeding during Exercise.” European Journal of Sport Science, vol. 8, no. 2, Mar. 2008, pp. 77–86. DOI.org (Crossref), https://doi.org/10.1080/17461390801918971
Jeukendrup. “Nutrition for Endurance Sports: Marathon, Triathlon, and Road Cycling.” Journal of Sports Sciences, vol. 29, no. sup1, Jan. 2011, p. 11. DOI.org (Crossref), https://doi.org/10.1080/02640414.2011.610348
Loo, D. D., et al. “Cotransport of Water by the Na+/Glucose Cotransporter.”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vol. 93, no. 23, Nov. 1996, pp. 13367–70. PubMed, https://doi.org/10.1073/pnas.93.23.13367
Sack, DavidA., et al. “ORAL HYDRATION IN ROTAVIRUS DIARRHŒA: A DOUBLE BLIND COMPARISON OF SUCROSE WITH GLUCOSE ELECTROLYTE SOLUTION.” The Lancet, vol. 312, no. 8084, Aug. 1978, pp. 280–83. DOI.org (Crossref), https://doi.org/10.1016/S0140-6736(78)91687-2
Suez, Jotham, et al. “Personalized Microbiome-Driven Effects of Non-Nutritive Sweeteners on Human Glucose Tolerance.” Cell, vol. 185, no. 18, Sept. 2022, pp. 3307-3328.e19. DOI.org (Crossref), https://doi.org/10.1016/j.cell.2022.07.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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