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사
아직도 젖산염을 피로물질이라 부르는가
100년의 오해, 젖산염 재해석의 역사와 현장 적용

김동기 코치
서울대학교 · 운동생화학 및 영양
2026년 5월 13일

고강도 운동 후 찾아오는 근육의 타는 듯한 느낌.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것을 ‘젖산이 쌓여서’라고 설명해왔다. 그 설명은 지금도 일부 의사의 입에서, 스포츠 중계의 해설에서, 뉴스 기사에서, 심지어 일부 교재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 설명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생리적 환경의 pH에서 ‘젖산’은 체내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우리가 ‘젖산염’이라 불러야 마땅한 이 물질은 피로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재사용 가능한 에너지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젖산염과 관련된 오해가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01. ‘젖산’이 아니라 ‘젖산염’이다

그림 1. 젖산과 젖산염의 구조식
출발점은 용어다. 젖산(lactic acid, C₃H₆O₃)과 젖산염(lactate, CH₃CH(OH)COO⁻)은 같은 물질이 아니다, 젖산은 카르복실기(-COOH)를 가진 중성 분자로, 수용액에서 양성자(H+)를 방출하면 음이온인 젖산염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전환은 pH에 의해 결정된다.
▪젖산(Lactic Acid): pH 3.86미만의 강산성 환경에서만 존재한다. 요구르트나 피클 같은 발효 식품에서 볼 수 있는 형태다.
▪젖산염(Lactate): 생리적 pH 6.0-7.45의 세포 내에서 생성되는 물질은 거의 전부 젖산염이다.
(Robergs et al.,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 2004)
이러한 구분이 단순한 용어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중요하다. 산증(acidosis)의 원인을 잘못 지목한 오류가 바로 이 용어의 혼용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 오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20세기 초로 거슬로 올라가보자.
02 오해의 기원: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읽다
젖산염이 피로를 유발한다는 가설은 극히 제한된 실험 조건에서 탄생했다.
1907년 Fletcher & Hopkins는 수축하는 근육에서 젖산염이 축적되고, 회복기에 감소한다는 사실을 보고하며, 젖산염과 근육 활동 간 연관성을 최초로 제시하였다. 이후였다. 1922년 노벨상을 수상한 Hill & Meyerhof는 무산소 조건의 개구리 근육에서 글리코겐이 젖산염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규명함으로써, 근수축 시 무산소성 대사의 중요성을 밝혔다. 이러한 연구들은 젖산염 축적이 근피로와 관련된다는 개념 형성에 기여했으나, 젖산염 자체가 피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해석은 이후 과도하게 단순화된 것이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이 인식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젖산염은 혐기성 해당과정의 쓸모없는 최종 부산물로 여겨졌고, 근육 내 pH 저하와 젖산염 축적 사이의 음의 상관관계가 반복 보고되면서 이것이 인과관계인 것처럼 굳어졌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듯 두 곡선은 함께 움직인다. 하지만 이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처럼 말하는 것은 분명히 과도한 해석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여름에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익사 사고가 함께 증가하는 상황을 아이스크림이 익사를 유발한다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림 2. 탈진성 운동 후 회복기 동안 근육 생검 시료에서 측정한 젖산염 함량(상단)과 근육 pH(하단)의 시간적 변화.
(Hermansen & Osnes,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1972; Sahlin et al., European Journal of Physiology 1976)
03 패러다임의 전환: Brooks의 젖산염 셔틀 이론
1980년대 UC Berkley의 George Brooks 교수는 동위원소 추적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패러다임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그가 발견한 것은 간단하지만 혁명적이었다. 젖산염은 버려지는 폐기물이 아니라, 활발하게 생성되고, 이동하고, 소비되는 에너지 기질이었다.
Brooks가 제안한 ‘젖산염 셔틀 이론(Lactate shuttle theory)’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젖산염은 생산자 세포(주로 빠른 해당성 근섬유)에서 소비자 세포(주로 산화성 근섬유·심근·뇌·간 등)으로 이동하며, 그곳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산화적 에너지 기질로 직접 사용된다. 이 셔틀은 세포 내(intercellular), 세포 간(cell-to-cell), 조직 및 기관 간(organ-organ)의 3가지 수준에서 동시에 작동한다(Brooks, 1985).

그림 3. Brooks가 제안한 젖산염 셔틀 이론(Lactate shuttle Theory) 개념을 나타낸 모식도 (Brooks, Cell metabolism 2018)
이 이론의 핵심은 아래 표와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표 1. 젖산염 셔틀 이론에 근거한 젖산염의 다기능적 역할
에너지원 | 포도당 신생 전구체 | 신호 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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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 시와 운동 중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산화되는 주요 에너지원 ▪ 혈중 [La-] 증가 시 기질 이용 증가 | ▪ 지속 운동 중 젖산염은 간의 포도당 신생합성(gluconeogenesis)의 중요한 탄소 공급원 ▪ 혈당 유지에 기여 | ▪ GPR81 수용체 활성화를 통한 지방분해 조절, PGC-1α 발현을 통한 미토콘드리아 생합성 촉진 등 신호 분자로 역할 |
Gladden, 2004 | Brooks, 2018 | Brooks, 2022 |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젖산염 생성이 저산소 상태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는 상황에서도 젖산염은 지속적으로 생성된다 (Brooks, 2022). 다시 말해, 젖산염은 ‘산소 부족의 증거’가 아니라 정상적인 대사 과정의 산물이다.
04 젖산염의 임상적 활용: 심박수보다 정확한 운동 강도 지표
젖산염을 에너지 기질로 재해석하면, 임상 및 현장에서 활용 방식도 달라진다. 혈중 젖산염 농도는 운동 강도에 따라 특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것이 심박수와 VO2max보다 더 개인화된 운동 강도 처방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Goodwin et al., 2007).
일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심박수는 수분 상태, 카페인, 온도, 스트레스 등 다양한 비운동 변수에 의해 쉽게 변동된다. 반면, 혈중 젖산염 농도는 근육의 대사 상태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이 차이가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점증 운동 부하 검사에서 혈중 젖산염 농도가 만들어내는 변곡점들에서 분명해진다. 이 지점들은 단순히 수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에너지 대사 상태를 구분하는 경계선이다.
다음 그림은 가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개념적 그래프다.

그림 4. 운동 강도 증가에 따른 혈중 젖산염과 심박수 반응 및 기질 이용 변화 (made by Donggi Kim)
물론 실제 혈중 젖산염 곡선의 형태와 각 역치의 위치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박수 기반의 단순 추정이 아닌, 개인별 측정이 필요하다.
각 구간이 어떤 생리적 상태를 의미하며, 어떤 목적의 훈련에 적합한지는 아래 표에 정리했다.
표 2. 운동 강도 구간에 따른 생리적 반응과 훈련 적응의 개요
구간 | 주요 목적 | 주요 생리 적응 | 적합한 대상 | 주의 및 한계 |
Recovery | 회복 | 혈류 유지 및 대사 산물 재분배, 부교감신경 활성 증가 | 고강도 세션 이후 회복이 필요한 개인 | 운동 자극이 제한적이므로 독립적인 훈련 적응 유도에는 제한적 |
Fatmax | 지방 산화 효율 향상 및 대사 건강 개선 | 지방 산화 관련 효소 활성 증가, 지방 산화율 증가, 인슐린 감수성 개선 | 체중 관리, 대사 건강 개선이 필요한 일반인 및 기초 지구력 향상이 필요한 개인 | 개인차가 매우 크며, 심박수 기반 단순 추정의 정확도는 제한적 |
LT1 | 산화적 대사 능력 및 저강도 지속 운동 수행 능력 향상 | 미토콘드리아 생합성 증가, 모세혈관 밀도 증가, 산화 효율 개선 | 지구력 기초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일반인 및 선수 | 개인차가 크므로 심박수 기반 추정은 정확도가 제한적 |
Tempo | 역치 근처 수행 능력 향상 | 젖산염 동역학 개선, 심혈관 효율성 증가 | 중장거리 경기력을 향상시키려는 훈련된 개인 | 피로 누적이 상대적으로 빠르며, 이 구간에서의 과도한 훈련은 퍼포먼스 향상에 제한적 |
LT2 | 높은 강도에서의 지속 능력 향상 | 산-염기 완충 및 젖산염 처리 능력 증가, 고강도 피로 저항성 증가 | 경기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선수 | 개인차가 존재하며, 정확한 구간은 개인별 측정을 통해 확인 필요 |
VO2max | 최대 산소섭취능 및 고강도 수행 능력 향상 | 심박출량 증가, 고역치 운동단위 동원 증가 | 고강도 수행이 요구되는 선수 | 회복 요구가 크며, 과도한 수행 시 피로 누적 및 부상 위험 증가 가능성 |
05. 다시, 그 타는 듯한 느낌 앞에서
고강도 운동 후 찾아오는 근육의 타는 듯한 느낌. 이제 우리는 그것을 다르게 읽을 수 있다.
그 느낌은 에너지 대사가 최고조로 가동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근육 세포는 젖산염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나르고, 태우고 있다. 피로물질이라 낙인찍혔던 분자는 사실 그 순간 가장 바쁘게 일하는 에너지 운반체였던 셈이다.
100년의 오해가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은 당신은, 다음에 누군가 “젖산이 쌓여서 그래”라고 말할 때, 조용히 한 문장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젖산이 아니라 젖산염이고, 지금 이 순간도 열심히 산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림 5. Brooks 교수님과의 만남에서
References
Brooks, George A. “Anaerobic Threshold: Review of the Concept and Directions for Future Research.” 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and Exercise, vol. 17, no. 1, 1985, pp. 22–31.
Brooks, George A. “The Science and Translation of Lactate Shuttle Theory.” Cell Metabolism, vol. 27, no. 4, 2018, pp. 757–785.
Brooks, George A., et al. “Tracing the Lactate Shuttle to the Mitochondrial Reticulum.”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vol. 54, 2022, pp. 1332–1347.
Gladden, L. Bruce. “Lactate Metabolism: A New Paradigm for the Third Millennium.” The Journal of Physiology, vol. 558, no. 1, 2004, pp. 5–30.
Goodwin, Matthew L., et al. “Blood Lactate Measurements and Analysis during Exercise: A Guide for Clinicians.” Journal of Diabetes Science and Technology, vol. 1, no. 4, 2007, pp. 558–569.
Hermansen, Lars, and Jan-Bjørn Osnes. “Blood and Muscle pH after Maximal Exercise in M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vol. 32, no. 3, 1972, pp. 304–308.
Robergs, Robert A., Farzenah Ghiasvand, and Daryl Parker. “Biochemistry of Exercise-Induced Metabolic Acidosis.”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Regulatory, Integrative and Comparative Physiology, vol. 287, no. 3, 2004, pp. R502–R516.
Sahlin, K., R. C. Harris, B. Nylind, and E. Hultman. “Lactate Content and pH in Muscle Samples Obtained after Dynamic Exercise.” Pflügers Archiv, vol. 367, 1976, pp. 14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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