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개건병증
슬개건염이 아니라 '슬개건병증'이라고 부르는 이유
What is patellar tendinopathy

김진완 코치
경희대학교 · 스포츠의과학
2026년 5월 16일

슬개건 부위의 통증을 설명할 때 우리는 흔히 “슬개건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최근 스포츠의학과 재활 분야에서는 이보다 “슬개건병증(patellar tendinopathy)”이라는 용어를 보다 정확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해당 질환이 단순한 염증 반응만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슬개건 통증을 반복적인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이를 반복적인 기계적 부하와 회복 실패가 누적되면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조직 변화로 설명하고 있다.
즉, 점프, 달리기, 스쿼트와 같은 동작에서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부하로 인해 미세손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이 손상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못할 경우 힘줄 조직은 점차 병리적인 상태로 전환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한 염증 반응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슬개건병증에서는 콜라겐 섬유의 배열이 무너지면서 힘전달 효율이 감소하고, 힘줄세포의 기능저하로 인해 조직의 회복능력이 떨어지며, glycosaminoglycan(GAG)의 증가로 인해 조직 내 수분 함량이 변화하면서 탄성 또한 감소하게 된다.
더불어 신생혈관과 신경의 증가가 동반되면서 통증이 지속되는 구조적 기반이 형성된다. 즉, 슬개건병증은 구조적, 세포적, 신경학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건병증에서 힘줄이 약해지는 이유(콜라겐 구조의 변화)
정상적인 힘줄은 콜라겐 섬유가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외부에서 가해지는 장력을 효과적으로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건병증이 발생하면 이러한 정렬 구조가 붕괴되고, 제1형 콜라겐 대신 상대적으로 기계적 강도가 낮은 제3형 콜라겐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조직의 강도와 안정성이 저하된다.
그 결과 동일한 동작을 수행하더라도 이전보다 쉽게 통증이 유발되고 기능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개념이 바로 기계적 신호전달(mechanotransduction)이다.
이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이 세포 내부의 생화학적 신호로 변환되는 과정을 의미하며, 힘줄 조직은 이러한 기전을 통해 콜라겐 합성과 조직 재정렬, 회복 과정을 조절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적절한 기계적 부하가 이러한 신호전달을 통해 조직의 적응을 유도하지만, 건병증 상태에서는 이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부하가 오히려 손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integrin–FAK/Src, YAP/TAZ, PIEZO1과 같은 신호 경로는 이러한 기계적 자극을 세포 반응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경로가 적절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염증 반응 증가, 세포 사멸, 세포외기질 분해, 섬유화 등의 병리적 변화가 촉진될 수 있다.
반대로 적절하게 조절된 부하는 세포 생존과 콜라겐 합성, 염증 조절을 유도하여 조직 회복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슬개건병증의 핵심은 단순히 염증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힘줄이 다시 정상적으로 부하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과거의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접근에서 벗어나, 현재는 “통증을 조절하면서 적절한 부하를 다시 학습시키는 것”이 재활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등척성 운동(Isometric Exercise)
특히 초기 재활 단계에서 중요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등척성 운동(isometric exercise)이다. 등척성 운동은 관절의 움직임 없이 근육과 힘줄에 일정한 장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슬개건병증에서는 무릎 약 60도 굴곡 상태에서 수행되는 고강도 등척성 수축이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연구에 따르면 최대 수축의 약 80% 강도로 45초씩 5회 수행하는 프로토콜은 통증을 즉각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이며, 이는 중추신경계의 통증 억제 기전이 활성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등척성 운동은 단순한 통증 감소를 넘어 조직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물 모델 연구에서는 반복적인 등척성 수축 이후 scleraxis와 collagen type I의 발현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이는 등척성 부하가 힘줄 세포에 유리한 기계적 자극을 제공하여 초기 회복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슬개건 통증은 단순한 염증성 질환이 아니라 반복적인 부하에 대한 적응 실패와 회복 실패가 누적되면서 발생하는 조직의 병리적 상태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재활의 목표 역시 통증을 단순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기준으로 부하를 조절하면서 조직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있다. 초기에는 등척성 운동을 통해 통증을 안정화시키고, 이후 등장성 운동과 고부하 저항운동을 거쳐 점진적으로 스포츠 특이적 동작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슬개건염”이라는 용어는 염증 중심의 과거 개념을 반영한 표현이며, “슬개건병증”은 힘줄의 구조적 변화, 세포 기능 이상, 기계적 신호전달의 변화, 그리고 만성적인 저강도 염증까지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이고 현대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슬개건 통증의 핵심은 단순한 휴식이나 염증 억제가 아니라, 적절하게 조절된 기계적 자극을 통해 조직의 회복 능력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데 있으며, 이는 통증 제거가 아닌 기능 회복 중심의 접근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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